【Pome】 시인의 마을

[이장근] 파문

2018.10.10 12:34

profe 조회 수:119

결혼을 코앞에 두고

여자는 한강에 투신했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물은

여자를 결과로만 받아들였다

파문을 일으키며 열리고 닫히는 문

물은 떨어진 곳에 과녁을 만든다

어디에 떨어져도 적중이고 무엇이 떨어져도 적중이다

투신한 죽음도 다시 떠오른 삶도

물은 과녁을 만들어 적중을 알렸다

적중을 알리며 너는 왔다

온몸에 파문처럼 돋던 소름

빗나간 너의 말도 떨어지는 족족 적중했다

사랑처럼 민감한 것이 또 있으랴

이유 없이 떠나도 결과는 적중이었다

이유 없이 너는 가고

나는 안개 같은 거짓말로 너를

미워했다, 그리워했다, 지웠다, 썼다

사랑처럼 가벼운 것이 또 있으랴

구름이 되어 제멋대로 문장을 만들다

지치면 낱글자가 되어 떨어졌다

지금도 비가 온다 몸에 소름이 돋는다

네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 밤 이 세상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랑이 투신할 것인가, 투신하는 족족

파문을 일으키며 적중할 것인가

댓글 0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이장근] 파문 profe 2018.10.10 119
209 [이은규] 추운 바람을 신으로 모신 자들의 經典 profe 2018.10.10 117
208 [성유리] 진혼제 profe 2018.09.20 102
207 [외국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admin 2017.03.27 113
206 [유안진] 자화상(自畵像) admin 2016.02.26 113
205 [마종기] 자화상(自畵像) admin 2016.02.26 115
204 [노천명] 자화상(自畵像) admin 2016.02.26 117
203 [서정주] 자화상(自畵像) admin 2016.02.26 106
202 [윤동주] 자화상(自畵像) admin 2016.02.26 108
201 [외국시] 사랑노래 - 세익스피어 admin 2016.02.04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