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의 저녁 바람은 심하다
어물 궤짝이 자리 잡지 못한 난전에는
화덕을 피우는 아낙들로 붐빈다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정지한 지 오래
차나 사람이나 제각기 알아서 지나가야 한다
회사원들은 꺼진 신호등 아래에서 퇴근을 기다리고
학생들은 주머니 속 토큰을 쩔렁거리며
발을 구른다
버스는 여전히 오지 않고
달리는 차들에 횡단보도가 점점 까맣게 지워진다
그때 한 할머니
잘록한 허리에 리어카를 매달고
차 사이를 빠져나간다 위험한 허리에는
라면 박스를 비롯한 고물들이
잔뜩 실려 있다
언제 밟힐지도 모르면서
저보다 몇 배나 큰 식량을 옮기는 아, 개미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