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선고 받은 일이
남의 일 만 같아
감방에 돌아옫 뒤
한참 동안이나
창 밖에 드문 드문 날리기 시작한
눈발을 바라보고
섰는데

낯이 익은 접견담당이 찿아와
쓸쓸한 목소리로
부친이 오신것 같으니
같이 나가보자고 한다

아,
법정 한쪽 구석자리에
앉아
사형이 선고되자
넋을 잃은 흙빛 얼굴이 되고만
아버지

접견실 유리창 너머로
반년 사이
그만 부쩍 늙어버리신 모습을 쳐다보기
민망한데

절대 죽는일은 없을테니
믿으라며
내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며
애써 웃음지어 보이시지 않는가

그러나 정작 하시려는 말씀
이 애비의 마지막 부탁이니
만일 상고마저 기각되면
눈 딱 감고
반성문 한통을 쓰도록 하자는 말씀에
그러겠노라고
그러겠노라고
접견실을 나서는 나의 가슴이 찢어져
눈발로 날렸다

목숨
그래 이 한 줌 밖에 안 되는
목숨을 위하여
들창을 두드리며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도
난 소스라쳐 일어나
몇 날 밤을
부끄러움에 몸을 떨었던가

또 오늘 밤은
내 좁은 감방에 가득 차 울려오는
육친의
간절한 음성을
무슨 수로 지울 수 있다 만일가

밤이 깊을수록
눈발은 더욱 들창에 붐비는데
이 밤 나는
아직도 지우지 못한 이름들을
어둠을 향해
소리 소리쳐 부르고 싶나니

목숨이여
오오, 부끄러운 젊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