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이기 화투를 치다가
외화벌이 관광수입을 위해 정부가
수십억 수백억을 투자하였다는 요정에서
벗기기 화투를 치다가
일본놈 장사치와 한국놈 장사치의 가랑이 사이에 끼여
노래하고 술 마시고 화투치고 그러다가
왜놈 앞에서는 한국놈이 보는 왜놈들 앞에서는
술 마시다 죽으면 죽었지
죽어도 벌거숭이 열아홉 처녀를 보이기가 싫어
화투 쳐 질 때마다 옷벗기 대신 불을 마시다가
열 잔째 스무 잔째 벌주를 마시다가
가슴이 파열되어 죽었다는 어느 호스테스의 뒷이야기를 듣다가
나는 떠올렸다 십 년도 전의 일을

그러니까 그날도 꼭 이런 밤이었을 것이다
밤바람이 차고 하늘에서는 별들이 으시시 떨던 밤이었을 것이다
뭣이더라 그 항구 카바레의 이름이
그날 밤 내가 걸었던 거리에서 나는 보았었다
맞은편 술집에서 뛰쳐나와 내 앞을 가로질러
가로등도 희미한 부두에서 꼬구라지던 웬 여자를
등으로는 서럽게 서럽게 흐느껴 울던 웬 여자를

그향이 해남이라 했던가 그녀는
(나와 고향이 같음에 그녀는 더욱 서럽게 울고)
봄 여름 가을 없이 마을 앞 바다로는
흰 모래 검은 모래 그림같이 펼쳐지고
동백꽃 붉게 붉에 타오르는 뒷산
송지면 어디가 자기 집이라 했던가
오빠는 월남 가서 상자 속의 잿더미로 돌아오고
아버지는 중풍으로 칠 년째 누워 있고
하나뿐인 남동생은 야간상고에 다니는데...
그래서 고향을 버리고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매었다던가
공장에서 일도 하다가 끝내는 다방까지 술집에까지...

아 미치겠다
이 땅에 흔해빠진 이런 이야기 들을 때면
술집의 여자에게도 열아홉 스물하나 처녀 적에
동백꽃처럼 피어오르는 빨간 사랑이 있었으리라
첫사살에 얼굴 붉히는 순정이 있었으리라
손가락 깨물고 그 사랑에 맹세도 했으리라
이런 상상 저런 상상 할 때면
정말이지 나는 미치겠다
뫁으로 갓 올라온 싱싱한 고기와도 같은 바닷가의 처녀를
황금의 손으로 희롱하는 가진 자들을 생각하면
상거래를 미끄럽게 트기 위해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고 아직도
흙묻은 사투리가 입술에 남아 있는 누이 같은 아이들을
양키놈들 왜놈들 장사치놈들에게 통째로 진상한다는
자본가의 전문가 상문가 하는 뚜쟁이들을 생각하면

머리 좋아 일류대학 나와서
달라에 엔화에 싸여 유학갔다 와서
자본가의 이윤추구에 우리네 처녀들을 이용해먹는 화이트칼라 신사들

개새끼들아 개새끼만도 못한 사람새끼들아
가난 때문에 순결을 팔고
첫사랑의 추억에 우는 항구의 여자를 생각하면
가난 때문에 고향을 버리고
타향에서 억지술에 가슴이 터지는 바닷가의
처녀를 행각하면
나는 미치겠다 네놈들 화이트칼라들을 자본가들을
한입에 못 씹어먹어 환장하겠다 환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