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가 말하길, 입 속은 자객들의 은신처란다. 그들이 즐겨쓰는 무기는 「영혼을 베는 보검」으로 전해오는 자모의 검이란다. 을씨년스런 날이 면 자객들은 검은 말을 타고 허허벌판을 가로질러 어느 심장을 향해 힘차 게 달려간단다. 천지를 울리는 말 발굽소리 어느 귓가에 닿으면 그들은 어김없이 이성의 칼집을 벗어던지고 자모의 검을 빼어든단다. 바람을 가 르는 소리 한 영혼의 목을 뎅거덩 자르고나면 자객들은 섬뜩한 미소로 조 의금을 전하고 또 다른 심장을 향해 말 달려간단다. 그날에 귀머거리는 복 있을진저, 자객들의 불문율에 있는 「귀머거리의 목은 칠 수 없다」는 조항에 따름이라.

혹자가 말하길, 자모의 검에 찔린 사람들은 귀부터 썩어간단다. 귀가 썩고 뇌가 썩고 심장이 썩고, 썩고 썩어 생긴 가슴의 커다란 구멍으로 혹 한기의 바람이 불어대고 수많은 까마귀 떼의 날갯짓이 장대비처럼 내린단 다. 그 부리에 생살이 뜯기고 새하얀 뼈를 갉히며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 져버린단다. 그날에 수다쟁이는 화 있을진저, 더 많은 까마귀 떼를 불러 들임이라.

자객들의 말 발굽소리 요란한 날이면 너희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두손 으로 귀부터 틀어막고 묵직한 바위 뒤에 숨어 최대한 몸을 낮춰라. 그리 하면 자객들이 탄 검은 말들이 너희를 비켜가리니, 자모의 검일망정 결코 너희를 해(害)치 못하리라. 귀 있는 자들은 들어라. 이 말로 더불어 너 희가 그날에 「복 받았다」일컬음을 받을지니, 부디 그날에 너희에게 복 있을진저, 혹자의 말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