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저건 느릅나무란다
나뭇가지 하나씩 모두 젖는,
너처럼 맨살로 공기뚫고 자라는.

색연필로 그릴 수 있겠니
아름답지 않아도 좋으니
꾸밈없이 뿌리 웅성대고 줄기 건장한 저것을

벌써 잎사귀는 모두
네손가락 감지하고 빛나는구나
나는 느릅나무라고 명확히 뽐내고 있구나

넌 부정보단 긍정을 좋아하지
또렷또렷하게 꿈꾸기를 바라지

아가야, 우리가 닿으면
느릅은 비로소 말하기 시작한단다
뿌리끝 흠뻑 젖을 때까지
잎사귀빛으로 살아 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