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고운 한 낮
구부리고 앉아
나분대고 쏟아지는 수돗물의 수다를 듣는다

피곤이 모인 샤스 언저리
아가의 내음이 남은 작은 저고리

한줌 한줌
물에 적시어 꺼내는 손놀림은
때론 눈 먼 내 나태한 여자의 이름을
불러 일깨우고

여자의 가장 맑은 얼굴을 보는 자리
아낙의 어진 정성이 뽀얗게 피는 시간

소담스러이 빠짐없이
나의 빨래를 건져내어 힘주어 짜며
햇살의 빛나며 날리는
내 일월을 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