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칸소 주 스텐스에서 가게를 운영하시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는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이
가게에 들어올 때마다 늘 잊지 않는 일이 있었다. 그들이 가게 문을 들어서자마자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상관없이 급히 부르셔서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이셨다.
"마야, 이리온, 얼른. 잘 들어!"
그리곤 손님을 대하셨다.
"토마스, 오늘은 어때?"
"별로에요, 뭐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나요. 아직도 여름이 가려면 멀었나봐요. 이젠 지쳐서 넌더리가 날 지경
이라고요. 더운 건 딱 질색이거든요. 정말 죽을 맛이에요."
토마스라는 사람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잔뜩 베어 있었다.
그의 얘기를 듣는 내내 할머니는 팔짱을 끼고 꼿꼿한 자세로 서서 '그래? 그렇구나.'하고 가볍게 고개만 끄
덕이실 뿐이었다. 그러나 날카로운 눈으로는 나를 보시면서 내가 그의 불만을 들었는지 다시 확인하곤 하셨다.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우는소리를 했다.
"전 쟁기질이 죽기보다 싫어요. 아무리 흙을 파봤자 남는 게 없어요. 당나귀도 제멋대로고...... 도움이 전혀
안 된다니 까요.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는데다 온 몸이 안 쑤신 데가 없고, 눈에는 온통 먼지, 심지어 코 안
까지 먼지로 가득 찼어요. 정말 참을 수가 없어요."
할머니는 역시 팔짱을 끼고 근엄한 모습으로 서서 '그래? 그래.'만 반복하며 나를 돌아보셨다.
징징대던 사람이 가게 문을 나서자마자 나를 가까이 부르시더니 수천 번도 더 하신 듯한 말씀을 또 반복하
셨다.
"마야, 죄다 불평하는 소리 들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밤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건, 백인이건 흑인이건, 이 세상 누구나 다 잠을 잤을 게다. 그런데 오늘 아
침에 일어나지 못한, 아니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단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야지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침대는 차디찬 관이 되어 버렸고, 그들이 덮은 이불은 수의가 되어 버렸단다. 그렇게 죽은 사람들은,
오늘 토마스가 잔뜩 불만을 털어놓은 더운 여름 날씨를 단 오 분이라도 즐기고 싶어했을 것이고, 아까 그 사
람이 짜증내던 쟁기질을 십 분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하고 간절히 바랐을 게다.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고 불평해서는 안 된다. 정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일을 하면 된다. 그것마저 불가능하면 네 생각을 바꿔라.
절대 불평하지 마라."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가슴 깊게 남는 소중한 가르침이 있다.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세 상 때부터 열세 살
까지 할머니는 그런 순간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가르침을 주셨다. 불평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하다고.

- 어머니가 들려준 88가지 지혜(로렐브레닌 호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