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기사 조훈현은 열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세고에 도장에 들어갔다. 세고에 9단은 중국의 오청원과 일본의 한시모토 우타로를 세계적인 바둑 기사로 교육시킨 사람이다. 그는 교육비를 전혀 받지 않고 ‘스스로 실력을 쌓아 가도록 하는 것’을 교육철학으로 삼았다. 또한 올곧은 정신과 승부자세를 중시했다.

“언제나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깊고 큰 사람이 되어야만 좋은 바둑을 둘 수 있다”고 늘 말했다.
그는 조훈현을 각별히 아꼈다. 그래서 다른 제자와는 바둑을 평생 동안 겨우 3판 정도밖에 두지 않았던 반면 조훈현과는 10판이나 두었다. 하지만 그런 조훈현도 그에게 크게 혼난적이 있다. 내기바둑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세고에는 화가나서 조훈현을 도장에서 쫓아냈다. 이후 조훈현은 도장에 돌아가기 위해 일주일이나 빌어야만 했다. 세고에는 조훈현에게 바둑의 지고한 정신과 자기관리를 철저히 훈련시킨 스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