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55세인 안나는 젊어서 결혼했다. 아름답고 마음씨가 고왔던 그녀의 의사와 결혼함으로써 가난했던 자신의 집에 많은 도움을 가져다주었다. 1년 후에 한 아이를 얻었지만, 4년후 그 결혼생활은 이혼이라는 형태로 끝이 나고 말았다.

안나는 다시 학교에 가서 부기를 배우고 싶었지만, 현재의 사무 능력으로 충분하다는 가족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보다는 재혼을 해라." "빨리 재혼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고 아이도 자란다. 그때가 되면 누구와도 결혼하기가 힘들어져."

독신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부모님의 설득과 원하는 자리에 취직할 수 없다는 속상함이 함께 어우러져 안나는 재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은 그를 사랑하고 있고, 그 사람을 위해 일을 단념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면서...

그로부터 3년 동안 두 명의 아이가 더 태어났다. 그러나 안나는 자신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상냥하게 미소짓는 얼굴을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한번도 보일 수가 없었다. '남편'은 얻었지만 새로운 생활 또한 그녀와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에게는 '자신'이라는 것이 없었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주부로서도 엄마로서도 실격'이라고 믿었으며 가족으로부터 감사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감점 표출 방법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냉담하고, 남편에게는 심하게 잔소리를 하고 책망했으며,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다.

그런데 50대 중반이 된 지금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남편이 방에서 나가면 안정을 잃고, 남편이 일로 외출하면 두려움에 휩싸여 당황하게 되었다. 그 정도로 마음의 평정을 잃게 되면 집안 일이나 남편의 시중은 고사하고 자신의 일조차 처리할 수 없다. 그녀는 인생이 자신을 두 번 다시 일어 설 수 없을 만큼 재기 불능케 만들었으며, 이는 모두 운명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신적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방법을 배울 능력이나 기회를 갖지 못한 경우, 사람은 타인의 변덕스러움에 좌우되게 된다. 자기 자신을 타인에게 팔아 넘기는 꼴이 되는 것이다. 안나가 부모로부터 배운 것은, "너는 남편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다. 너의 힘이나 노력으로는 아무 것도 이루어낼 수 없다. 그것은 결혼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라는 것이었다.

- 끼있는 여자 지적인 여자가 아름다운 이유(소냐프리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