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미모, 거침없는 말투에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로렌 바칼은 수십 년간 할리우드 무대를 주름 잡은 은막의 연인이었다.
그녀는 1944년 열아홉 살의 나이에 영화 "소유와 비소유(To Have and Have Not)"에서 험프리 보카트 상대역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이후 그녀는 스물 다섯 살이나 연상인 보기와 결혼했고, 스크린 안과 밖에서 천생연분을 자랑하며 훌륭한 한 쌍을 이루었다.
은막의 스타 그레타 가르보와 마들린 다이트리치가 그랬듯이 바칼 역시 다양한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빅슬립(The Big Sleep)"에서는 부유한 가정의 수수께끼 같은 인물인 비비안을, "바람에 씌어진(Written on the Wind)"에서는
정신나간 아내로 분한 그녀의 연기는 어느 한 곳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팔 년 정도 연기 생활을 그만두었던 그녀는
1974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Muder on the Orient Express)"으로 영화계에 복귀했다.
그녀는 자서전 "혼자서(By Myself)"에서 이렇게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다.

어머니는 당신만의 꿈을 지니고 계셨다. 구혼자도 여러 명 있었던 것 같다. ...... 그러나 당신은 더욱 원대한 포부를 품고 계셨다.
어머니에게는 여자 친구가 많았는데 모두 현명하고 직업 정신이 철저하신 분들이었다. 그 중 두 분은 독신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계셨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어차피 독신을 주장하셨던 분들이었으니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도 아버지가 없었더라면 아마 혼자 사셨을 것이다. 사랑에서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평생을 기다리던 왕자님이 아니라면 독신으로 살아야 한다고 믿고 계셨으니까.
어머니는 언제나 인격을 강조하셨다. 그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가르치셨다.

"세상에는 옳은 일과 그른 일이 있다. 거짓말, 도둑질, 남을 속이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
사람은 직업을 가져야 하고 또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원하는 것을 성취해라.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자랑스러운 일은 없다. 그리고 돈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
돈을 번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함부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만일을 대비해 언제나 저축을 하도록 해라(안타깝게도 이 교훈만큼은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는 보통 재치 있는 분이 아니셨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머니는 여유 있게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셨다.
그 덕분에 힘든 시기도 거뜬히 견뎌내실 수 있었던 것 같다.


- 어머니가 들려준 88가지 지혜(로렐브레닌 호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