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자자학교 김문정씨 "지금이 더 행복"

연봉 1억2000만원 포기하고 월급 100만원 대안학교 교사로


저명한 정보기술(IT) 기업의 엘리트 사원이 어떻게 대안학교 교사가 됐느냐는 '뻔한'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었다.

김문정(42)씨는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에 있는 초등대안학교 '자연을 닮은 아이들의 자유학교'(자자학교)에서다. 학생들은 그를 '노을'이라고 부른다. 자자학교에서는 교사를 별명으로 부른다.

그는 중앙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아내와 함께 호주로 갔다. 거기서 대학원을 수료한 뒤 IT 회사에 취직했고 아이도 낳았다. 호주 국적을 취득해서 12년을 살았다. 그러나 아내가 호주 생활을 내켜하지 않아 2000년 여름 귀국했다. 그 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한국지사에 3년 가까이 다녔다. 당시 연봉은 1억2000만원 수준. 지금 자자학교에서 받는 월급 100만원과는 비교도 안 된다. 그래도 그는 돌고 돈 끝에 마침내 행복을 찾았다고 말한다.

"제가 추구했던 자연친화적이며 여유로운 삶의 방식과 맞고 말 통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니 좋습니다."

그전엔 대체 어땠기에?

"회사에 다닐 땐 주식 투자 얘기, 돈 버는 얘기, 어느 술집이 좋더라는 얘기가 대화의 주종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행복 얘기나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죠."

회사를 그만둔 건 2002년 겨울. 10년 이상 회사 생활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했지만 도저히 이런 생활로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후 귀농(歸農) 컨설팅회사에서 농촌마을 정보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멀티미디어를 활용해보기도 했다.

자자학교를 알게 된 건 평소 관심이 있어 참가했던 생태 관련 합숙강좌에서 이곳 교사.학부모들과 어울리게 되면서부터다. 지난 4월 영어교사로 일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자 주저없이 응했다.

"왜 대안교육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제도교육에 문제 아닌 것이 있나요?"라고 반문하고 "제도교육은 말 잘 듣는 사람, 생산성 좋은 사람을 양성하는 게 전부"라고 단언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생인 자신의 아들도 올 가을에 자자학교로 전학시킨다.

아내가 이해해주는지 묻자 그는 웃음과 한숨을 섞어 이렇게 말했다.

"회사 다닐 때의 저는 항상 우거지상이었고 술에 절어 있었는데 여기 와서 친구가 많이 생기고 표정이 밝아진 건 인정합니다."

김씨는 요즘 짚풀공예에 흠뻑 빠져있다. 올가을부터는 관심있어 하는 아이들과 짚풀공예의 즐거움을 나눌 계획이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