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마케팅 컨설턴트인 페이스 팝콘 또한 21세기는 여성성의 시
대' 라고 힘주어 말하며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그는 우선 21세기는 감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논의는 여성과
남성 사이에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는 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남녀 불평등
의 개념을 말하는 것이 아닌, 다름' 의 개념을 말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여성
과 남성의 정보처리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뇌의 활동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신경학자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감각적 식별 능력이 탁월하고 감정에 충실하며
관찰력이 더 예민하고, 동정심이 많다고 말한다. 여성들의 이러한 성향은 감성
의 시대라는 21세기에 맞아떨어지는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21세기는 연대와 네트워크의 시대라고 그는 말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네트워킹에 더 능하다는 것이 관련 연구자들의 이야기이다. 여성은 어떤 만 남
에든 개인적 의미를 부여하고 거래보다는 인간적으로 좀더 의미 있는 관계를
원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식당에 가면 여성은 대화를 원하고 남성들은 먹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또 남성은 자신의 독자성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언어를 사
용하지만 여성은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고 하니 네트 워킹
사업에 여성성이 더 필요하다는 방증이 된다.
또한 앞으로의 비즈니스는 경쟁을 통해 적을 물리치고 밀어내야만 하는 전쟁
이 아니라 네트워킹 속에서 효율과 효과를 높이는 관계를 지향한다는 예측 도
여성성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미래의 기업은 사회적 기관이다. '좋은 물건 만
들어 잘 팔면 된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사고이다. 고품질만으로 승부하는 시대
는 지나갔다. 온라인(on-line) 거래가 오프라인(off-line) 거래보다 더 활성화되
면 고객의 충성심을 유발하는 기업만이 승리한다.
인터넷은 습관성이 있어서 한번 클릭한 곳에 지속적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고객이 일단 클릭해 들어갔다가 그 기업의 서비스와 배려에 만족하면 다시 찾
아가게 되고 나중엔 그 기업의 사이트에 고정적으로 들어가게 되는 충성도가
생기게 된다. 이제 이런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기업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연대와 네트워킹이 필요한 미래 세계에서는 무조건적
인 경쟁보다는 배려와 나눔이 필요하게 되고, 따라서 여성성이 각광 받게 된다
는 것이다.
세 번째로 여성의 내성, 즉 끈기는 20세기에도 그랬듯이 21세기에도 계속해
서 적극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다. 여성의 내성'과 '끈기'는 구시대에 여성에 대
한 편견과 억압을 끊임없이 참아오면서 강화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여 성
특유의 끈기로 컴퓨터 앞에 앉는다면 남성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어떤 역사 가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여성성의 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서 꼭 여성일 필요는 없다'는 말은 많은 여
성에게 도전이 될 수 있다. '여성의 시대' 라는 말만 믿고 무임승차하려는 여성
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이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 여성들은 21세기는 여성의
시대' 라는 추상어에 매몰되지 말고, 21세기는 여성성의 시대' 라는 구체어 속
에서 자신의 여성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여성성을 21세기에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발휘할 것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럴 때에 21세기는 비
로소 진정한 '여성의 시대' 가 될 수 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나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나는 요즘 'e-월드(e-world)' 에
빠져 있다. 나는 그곳에서 제2의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남성들과
의 이분법적 대응에 맞서느라 퇴화되고 녹슬었을지도 모를 내 여성성을 두 눈
크게 뜨고 찾아보고 있다.
21세기, 여성성이 각광받는 시대가 우리의 기대보다 다소 늦게 진행된다 하더
라도 난 걱정하지 않는다. e-월드에서 기술은 여성에게 최상의 동맹군이 되어주
기 때문이다. e-월드에서 기술은 계급적 서열도 가리지 않고 학력의 서열도 가
리지 않으며 지연, 학연의 구분도 없다.
더구나 e-월드에 들어가면 남성도 없고 여성도 없다. 그곳에서 나는 그저 '나
' 일 뿐이다. 드디어 공정한(fair)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 나는 나를 경영한다(백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