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5년차인 A는 곧 있을 승진 인사에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부장의 귀뜸을 들었다. 그녀는 정말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기뻤다. 지난 해 입사 이후 처음으로 슬럼프에 빠져 너무나도 힘들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이번 승진은 그녀에게 새로운 도약을 암시하는 수호천사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승진을 기회로 한 발 더 차고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런데 저녁 무렵 그녀는 유일한 대학시절 친구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 친구 역시 자신과 같은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커리어우먼이었다. 늘 정보를 주고받고 어려운 점이 있으면 서로 토론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조언자이자 선의의 경쟁자로 두 사람은 10년지기 우정을 다져왔다.


실패해도 후회 없을 일이라면...

그런데 A의 친구는 불쑥 함께 유학을 떠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자신의 분야를 좀더 폭넓게 공부하면서 선진국의 현장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유학코스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A는 마음이 떨렸다. 정말 해보고 싶은 공부였던 터라 가슴이 뛰었지만 기다리던 승진의 기회를 털어버려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는 사실이 큰 고민거리였다.

A는 며칠간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배들에게 조언도 들으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았다. 승진해서 일하는 경우와 유학을 다녀와서 일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생각했다. 결론은 자꾸 유학 쪽으로 가는 듯했다. 그녀는 최후에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유학을 통해 생각보다 큰 소득을 가질 수 없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냥 회사에서 일하는 게 더 좋았을 뻔했다는 후회를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후회가 조금 있다 해도 그것으로 쉽사리 기가 꺾이거나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리고 그녀는 유학을 결정했다. 그 이후 빠르게 유학 수속을 해나갔으며 그러면서 조금 부족했던 어학공부에 박차를 가했다. 회사에서는 그녀의 그런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녀는 오랜 시간 고민 끝에 결정한 터라 오히려 몸과 마음이 더 가벼웠다.


로켓 엔진의 추진력이 필요하다

신중한 결정과 오랜 고민은 결국 목표의식을 세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가야 할 곳의 목표점을 세우면서 거기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될 분명한 이유나 명분을 만드는 일이 고민의 과정이다. 목표를 세웠다면, 이제 열정에 불을 지피는 것만 남았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목표가 확실하면 저절로 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제까지의 내 일과 전혀 관계가 없고, 내가 그 동안 공부한 것과 아주 극과 극을 이루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제 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한 셈이다. 특히 여성들은 대학에서 공부한 것과 아주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치열한 사회 속에서 실질적인 전문인력으로 거듭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력의 격차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장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이른 시기 아닌가. 열정은 전문지식을 갖추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다. 아무리 나와 관계없는 불모의 땅 같은 분야의 공부라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필수적인 공부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힘이 넘친다. 남성은 할 수 있지만 여성은 하기 어렵다는 일들 중에는 그 일의 난이도보다는 일을 과감하게 밀어붙일 에너지가 문제이기 쉽다. 남성이 할 일과 여성이 할 일을 처음부터 저울질하면서 선을 긋다보면 일은 순풍을 타기도 전에 좌초하기 쉽다.

힘이 없으면 오기로 덤벼라. 질긴 근성으로 이끌어라.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욕이 넘칠 때 추진력은 더욱 훈련되고 향상된다. 과감하고 대범한 추진력은 더 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 훈련해보지 않은 여성들의 무한한 잠재력이다. 어떤 일이든 한번 할 때와 두세 번 할 때는 그 진행이 확연하게 다르다. 고심한 자리에 분명한 목표가 있으면 밀어 부쳐라. 다음엔 더 잘할 수 있다.

- 전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