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될 때의 일이었다. 한 분대가 무인도에 정찰을
나갔습니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분대원들은 경계를 느슨히 했고,
바로 그 순간에 적으로부터 기습 공격을 받았습니다. 갑작스런 적군의 총격
때문에 분대원들 가운데 병사 하나만이 겨우 진지로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진지로 돌아온 병사는 상황을 보고한 뒤에 부상 때문에 남겨 두고 온 전우를
찾으러 가겠노라고 했습니다. 중대 하사는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병사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사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럴 수 없어. 그는 이미 죽었어. 자네가 가도 어쩔 수 없다고. 이번에는
자네의 목숨마저 위태로우니 그만 포기하도록 하게."
병사는 하사에게 사정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전우와 함께 부대로
귀환할 터이니 꼭 보내 달라고 하사에게 매달렸습니다. 고집을 꺾지 않으려는
병사를 하사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현장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얼마 뒤에 병사는 자신이 말했던 대로 부상을 입고 낙오한 전우와 함께
부대로 귀환했습니다. 그러나 전우는 이미 숨이 끊어진 다음이었고, 그를
데리러 갔던 그 병사마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부상을 입고 있었습니다.
하사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습니다.
"봐라. 내가 가지 말라고 했을 때 가지 말았어야지. 전우는 죽었고, 자네는
중상을 입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그러자 병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 친구가 살아 있었습니다. 저를
보고 '네가 올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데 어찌 제 목숨을 구하겠다고 친구를
적지에 홀로 남겨 둘 수 있었겠습니까?"

- 소중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101가지(유재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