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지내던 어느 날 나는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탔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택시에서 내리는데, 친구가 운전사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태워줘서 고맙습니다. 정말 뛰어난 운전 솜씨를 가지셨군요. 아주 감탄했습
니다."
택시 운전사는 잠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친구를 쳐다보다가 퉁명스럽게 물
었다.
"당신 지금 날 비웃는 거요, 뭐요?"
친구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전 절대로 당신을 비웃는 게 아닙니다. 이 심각한 교통
체증 속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 당신의 운전 태도에 감동을 받아서 드리는 말
씀입니다."
그러자 운전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아, 그래요? 칭찬해 줘서 고맙소. 좋은 하루 되시오."

택시가 떠난 뒤 내가 옆구릴 찌르며 물었다.
'대체 무슨 엉뚱한 짓을 하는 거야?"
그가 대답했다.
"난 뉴욕에 사랑을 되찾아 주고 싶어. 이 도시를 구원할 수 있는길은 그것뿐
이라고 믿거든."
난 어이가 없어 말했다.
"어떻게 자네 혼자서 뉴욕을 구원하겠단 거야?"
그러자 친구가 설명했다.
"나 혼자가 아냐. 난 방금 저 택시 운전사를 기분 좋게 해줬어. 그가 하루에
스무 명의 승객을 태운다고 생각해 봐. 그는 누군가 자기를 칭찬해 주었으니까
스무 명의 승객들한테도 기분 좋게 해줄 거야. 이번에는 그 승객들이 자기회사
직원이나 상점주인, 혹은 식당 종업원이나 집 식구들에게 친절을 베풀겠지. 결국
에 가면 적어도 천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그 따뜻함이 전파될 거야. 어때 별로
나쁘지 않지?"
"하지만 저 택시 운전사가 자네의 친절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시키리라는
걸 어떻게
믿지?"
친구가 말했다.
"난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아. 무슨 일에나 약간의 실패는 따르게 마련이니
까. 그래서 난 오늘 열 명의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 거야. 그 중에
세 명 정도가 나 때문에 행복해져도 결국 나는 간접적으로 3천 명의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는 셈이 되거든."

난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논리적으론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도 그런 일이 일어날지 의심이 가는군."
친구가 말했다.
"안 일어난다고 해도 손해 볼 건 없잖아. 저 사람에게 운전 솜씨를 칭찬해
준다고 해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것도 아니구 말야. 그에게 많든 적든 팁을
준 것도 아니야. 들은 체도 안한다고 해도 뭐 어때? 내일이면 난 또 다른 택시
운전사를 행복하게 해 주려고 시도할 텐데."
"자넨 정말 괴짜군."
"그 말은 자네가 얼마나 부정적이 되었는가를 보여 줄 뿐이야. 난 이 일에
대해 나름대로 연구를 해 봤어.

자네도 알다시피 미국에선 우체국 직원들이 불
친절한 것으로 소문이 나있어. 우체국 직원들에게 부족한 것은 그들이 받는 월
급의 액수만이 아니라 아무도 우체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일을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지 않는다는 거야."
"하지만 미국의 우체국 직원들이 정말로 일을 잘하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건 아무도 그들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기 때
문이야. 왜 누군가 그들에게 친절한 말을 해주면 안 되지?"

그 무렵 우리는 건물을 짓고 있는 공사장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다섯 명의
인부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친구는 걸음을 멈추고 그들에게 말했다.
"대단한 일들을 하고 계시는군요. 이건 정말이지 힘들고 위험한 일임에 틀림
없어요."
인부들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내 친구를 쳐다보았다. 친구가 그들에게 물었다.
"건물이 언제 완성되죠?"
한 인부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6월."
친구는 신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래요? 정말 인상적인 건물이군요. 당신들 모두 대단히 자랑스럽겠어
요."

우린 곧 그 자리를 떠났다. 내가 친구에게 물었다.
"난 영화 (라만차에서 온 남자)의 주인공을 본 이후에 자네같은 친구는 처음
이야."
친구가 말했다.
"저 인부들이 내 말을 천천히 생각해 보면 기분이 한결 좋아질 거야. 그들이
행복해하면 그만큼 이 도시는 살기 좋은 곳이 될 테고."
난 친구에게 대들 듯이 말했다.
"하지만 자네 혼자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이렇게 하는 건 자네 혼자뿐
이잖아."
친구가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용기를 잃지 않는 일이야. 이 도시의 사람들을 다시 친절하
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이 일에 뜻을 함께 하는 친구를
한 사람만 끌어들일 수 있어도 한결 쉬워지지. 안 그런가?"

그때 내가 물었다.
"자넨 방금 평범하기 짝이 없는 여성에게 윙크를 보내는군 그래."
친구가 대답했다.
"나도 알아. 하지만 만일 저 여성이 학교 선생님이라면, 그 반의 학생들에겐
오늘 하루가 환성적인 날이 되지 않겠어?"
아트 버크왈드

-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