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颱風)은 네거리와 공원(公園)과 시장(市場)에서
몬지와 휴지(休紙)와 캐베지와 연지( 脂)와
연애(戀愛)의 유행(流行)을 쫓아버렸다
 
헝크러진 거리를 이 구석 저 구석
혓바닥으로 뒤지며 다니는 밤바람
어둠에게 벌거벗은 등을 씻기우면서
말없이 우두커니 서있는 전선주(電線柱)
엎드린 모래벌의 허리에서는
물결이 가끔 흰 머리채를 추어든다
요란스럽게 마시고 지꺼리고 떠들고 돌아간 뒤에
테불 우에는 깨여진 잔(盞)들과
함부로 지꾸어진 방명록(芳名錄)과…
아마도 서명(署名)만 하기 위하여 온 것처럼
총총히 펜을 던지고 객(客)들은 돌아갔다
이윽고 기억(記憶)들도 그 이름들을
마치 때와 같이 총총히 빨아버릴게다
 
나는 갑자기 신발을 찾아 신고
도망할 자세를 가춘다 길이 없다
돌아서 등불을 비틀어 죽인다
그는 비둘기처럼 거짓말쟁이였다
황홀한 불빛의 영화(榮華)의 그늘에는
몸을 조려없애는 기름의 십자가(十字架)가 있음을
등불도 비들기도 말한 일이 없다
 
나는 신자(信者)의 숭내를 내서 무릎을 꿀어본다
믿을 수 있는 신(神)이나 모신것처럼
다음에는 기(旗)빨처럼 호화롭게 웃어버린다
대체 이 피곤(疲困)을 피할 하루밤 주막(酒幕)은
「아라비아」의 「아라스카」의 어느 가시밭에도 없느냐
연애(戀愛)와 같이 싱겁게 나를 떠난 희망(希望)은
지금 또 어디서 복수(復讐)를 준비하고 있느냐
나의 머리에 별의 꽃다발을 두었다가
거두어간 것은 누구의 변덕이냐
밤이 간 뒤에 새벽이 온다는 우주(宇宙)의 법칙(法則)은
누구의 실없은 작난이냐
동방(東方)의 전설(傳說)처럼 믿을 수 없는
아마도 실패(失敗)한 실험(實驗)이냐
너는 애급(埃及)에서 돌아온 「씨―자」냐
너의 주둥아리는 진정 독수리냐
너는 날개 도친 흰 구름의 종족(種族)이냐
너는 도야지처럼 기름지냐
너의 숨소리는 바다와 같이 너그러우냐
너는 과연(果然) 천사(天使)의 가족(家族)이냐
 
귀먹은 어둠의 철문(鐵門) 저 편에서
바람이 터덜터덜 웃나보다
어느 헝크러진 수풀에서
부엉이가 목쉰 소리로 껄껄 웃나보다
 
내일(來日)이 없는 칼렌다를 처다보는
너의 눈동자는 어쩐지 별보다 이뿌지 못하고나
도시 십구세기(十九世紀)처럼 흥분(興奮)할 수 없는 너
어둠이 잠긴 지평선(地平線) 너머는
다른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음악(音樂)은 바다 밑에 파묻힌 오래인 옛말처럼 춤추지 않고
수풀 속에서는 전설(傳說)이 도무지 슬프지 않다
페이지를 번지건만 너멋장에는 결론(結論)이 없다
모퉁이에 혼자 남은 가로등(街路燈)은
마음은 슬퍼서 느껴서 우나
부릅뜬 눈에 눈물이 없다
 
거츠른 발자취들이 구르고 지나갈 때에
담벼락에 달러붙는 나의 숨소리는
생쥐보다도 커본 일이 없다
강아지처럼 거리를 기웃거리다가도
강아지처럼 얻어맞고 발길에 채어 돌아왔다
 
나는 참말이지 선량(善良)하려는 악마(惡魔)다
될 수만 있으면 신(神)이고 싶은 짐승이다
그렇건만 밤아 너의 썩은 바줄은
웨 이다지도 내몸에 깊이 친절(親切)하냐
무너진 축대(築臺)의 근방에서는
바다가 또 아름다운 알음소리를 치나보다
그믐밥 물결의 노래에 취할 수 있는
「타골」의 귀는 응당 소라처럼 행복(幸福)스러울게다
 
어머니 어머니의 무덤에 마이크를 갖어갈까요
사랑스러운 해골(骸骨) 옛날의 자장가를 기억해내서
병신 된 나의 귀에 불러주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