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림자 위에 몸을 눕히고, 나는 자야 한다
저녁이 왔으므로 포근한 어둠을 덮고 더욱 깊이
캄캄한 지층 아래로 가라앉아야 한다

반딧불 반딧불들 반짝이는 내 영혼의 작은 등불들이
하염없이 수풀 속을 넘나들고 일찍이 내 누이였던
새들은 숲이 드리운 그늘에 숨어 잊혀진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흰 눈이 내린 겨울숲을 지나
내가 한없이 이르려 했던 지상의 끝
그곳이 여기인가
강물은 거품을 물고 자갈과 시간을 실어 나르고
숲은 다시 내일의 꿈을 약속하지만

멀리 나를 태우고 갈 말이 우는 소리 들리고
새벽빛이 서서히 숲을 물들이는데 나는 여기 나무
그림자에 실려 어디론가 불어오는 바람 따라 불려간다
서서히 지워지는 나의 온갖 흔적들

그래, 나는 살지 않았다
나는 이 지상에 머문 적이 없다
그렇게 새벽은 오고
나를 호명하는 목소리 세계 끝까지
메아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