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는 겁을 주어 자신을 지키지만
집게는 오히려 적을 안는다
가시는 공포의 침을 무기로 가졌지만
집게는 둔한 몸뿐이다
무기를 가진 가시는 여유가 있어
고민도 긴장도 없이 살아간다
한순간만 소홀해도 무너지는 운명을
집게는 그러나 깨닫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잃었을 때
찬밥도 못 얻는 신세를 두려워하는
집게의 저 움츠린 자세
가시를 안을 날이 그래도 차 있는
그 다문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