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창끝을 부릅뜨고
죽어간 옛 장수의 여한

한아름 때리며 눈이 내린다

삭쟁이 울음은
이미 서산을 넘고
깡추위와 맞서다
참나무 얼어 터지는 새벽

천고의 신비를 자락마다
눈발은 여기서 저기서
천군 만마처럼 휘몰아치며
모든 날개짓을 거부할 때
모진 바람을 거슬러
치켜 뜬 매 한마리
둥지를 깬다

나아가자
모두를 매질하는
저 채찍을 헤쳐
거대한 무명의 치마폭인양
감겨오는 서러운 역사

한치 앞이 캄캄해도
천리안은 번뜩이고
마파람이 어기찰수록
외로히 어디로 가는가
매 한마리여

굽어보는 계곡을
가로질러
십이 선녀가
옥체를 씻었다는
선녀탕은 꽁꽁 얼어붙고

산을 등지고 물을 끼어
살터라던 화전민 오막살이
마실꾼 기침소리도
모두 잠들었는가
날짐승 들짐승마저
꿈쩍 않는
저∼ 매몰찬 눈보라속을

오,
장엄한 자여
사나운 부리는
굳게 다문채
우주의 양극을
틀어쥔 발톱

어깨짓 한사위로
모진 바람에 멀미진
지구를 데불고
서둘러 가는 곳은
그 어느메드냐

오, 장엄한 자여
세상의 속배들은
너를 다만
고독으로 불리우는
너의 자태

모두가 지쳤는테
침몰하는 하늘을 다스려
평화를 날개짖는
그곳은 도대체
어드메드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