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되지 못해 억울하였나
한나절 내내 긴 장화 신고 뻘에 들어가 있는 사내가
희끗한 턱수염을 날리고 있다
거웃이 시커멓게 자랄 때부터 大處로 나가 장돌뱅이로 살고 싶은 사내를
처음엔 죽은 노모가 붙잡더니
해질녘이면 뒷산에서 소쩍새 울음소리로 선산이 붙잡고
이제는 다 늙은 육신이 뻘이 되어 발목을 붙잡는다
아무도 사내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어도
평생 자신에게만 관심을 둔 사내
굽은 허리조차 자신의 심장소리를 듣기 위해 안으로 둥글게 말려 있다
대처로 나간 사람들이 하나 둘 섬으로 돌아올 때마다
다시 싱싱한 허벅지로 이 뻘을 빠져나가는 사내
오직 생각만으로 귀밑머리가 성글어진 사내
사내의 대처는 허연 머리칼이 흩날리는 창공에 있다
아비는 원래 들판에서 왔다
밤에 와서 누웠다가 새벽이면 목발을 짚고 사라졌다
아비가 누웠던 자리는 만지가 도로 와서 누웠고
마른 짚이 늘 한두 개 떨어져 있거나
새똥이 하얗게 굳어 있기도 했다
눈자위가 시커멓게 들어간 아비를
토담집 할아범은 폐병쟁이라 하였는데
아비를 본 사람은 할아범 말고는 하나도 없으니
아비가 더듬어오는 탱자나무 울타리나 아는 사실이다
생목이 타는 갈증으로 한밤중에 일어나 보면
시커먼 허깨비 하나 어미를 타고 너울거리고 있었다
까무룩이 넘어가는 찌르레기 소리를 내는 어미를 보고
어미 역시 들판이 데려가는 건 아닌가
숨죽인 여러 날이 지나갔다
어미는 그러고도 아비를 모르는
새벽이면 마른기침이 심해지는 자식을 둘씩이나 더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