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큰한 갯내음 솟아오르는 바다의 한길
얼금뱅이 이씨는 오전 내내
이빠진 삽으로 찰진 갯물을 들까부른다.

간이 천막그늘에 발을 뻗고
구름 한 칸 슬지 않는 하늘을 살핀다
갯바다 무릎 베고 잠에 드는 한낮.

쩡쩡
소리없이 허공의 주름이 펴지며
하늘길이 열린다.

소금이 온다.

수만 리 해저(海底) 깊은 곳
수억 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바다의 속살들
갯메꽃처럼 도란거리며
아폴론의 마찻길에 올라
고봉으로 달아오른 땅 위에
희디흰 살을 비빈다.

건실한 산바람이 노오란 송홧가루를 날려
아지랑이 핀 갯물 위에 버무려지면
오늘도 단 피가 도는 대(大)발의 소금이 난다.

바람이 식어가는 저녁
물 빠진 갯벌 사이로
물구덩이 고개를 디밀면,

잠에서 깬 그는 조용히 나가
열두 배미 사이로 이리저리
소금을 뒤채다.
나무곳간에 차곡차곡
하루만치의 천곡(天穀)을 쌓는다.

잘 여문 송홧소금 한 숟가락은
서울 가 새로 취직했다는
작은아들 밥상머리에 먼저 올라
그의 흰 이마를 당길 것이다.

하늘에 세든 한 삶에
욕심없이 살아온 소금쟁이의 삶.

간수 다 빠져버린 투명한 소금같이
청랑한 염전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