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안팎 때는
먼 수풀이 온통 산발을 하고
어지럽게 흔들어
갈피를 못잡는 그리움에 살았다.
숨가쁜 나무여 사랑이여.

이제 마흔 가까운
손등이 앙상한 때는
나무들도 전부
겨울 나무 그것이 되어
잎사귀들을 떨어 내고 부끄럼 없이
시원하게 벗을 것을 벗어 버렸다.

비로소 나는 탕에 들어 앉아
그것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기쁘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음을
부우연 노을 속 한 경치로써
조금씩 확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