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에 두꺼운 구름이 밀려가고
버드나무 여린 가지들이 휘청거렸다
허공으로 솟구치는 가지들은
바라보는 탄식과 관계없이 마음에 소용돌이쳤다
사실 정류장에 버스가 오기까진
많은 나뭇잎이 날아다녔다
시위 장소를 알리는 흑백 전단 같은
시절은 알 수 없는 몸짓으로 다가 왔다
보기도 전에 밟힌 전단들은
닳아빠진 호주머니에서 궁금한 손이 나오기 전엔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때로 담장엔 철 아닌 겨울장미가 피었다가
그대로 얼어버리기도 했고
감쪽같은 교통사고가 로터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어김없이 목격자를 찾는 플래카드가
걷어들이지 않은 빨래처럼 오래 펄럭이겠지만
참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꽉 찰대로 들어찬 겨울은 툭툭 실밥이 튿어져내리고
빗장 잠그는 소리 위로 눈 내리는 소리가 덧쌓였다
유리창엔 김이 기막히게 서리고
마음을 맴도는 말들은 한 마디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세상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그해 겨울 밤마다 모든 집의 눈이 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