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첫사랑, 첫걸음
첫 약속, 첫 여행, 첫 무대
처음의 것은
늘 신선하고 아름답습니다.
순결한 설레임의 기쁨이
숨어 있습니다.

새해 첫날
첫 기도가 아름답듯이
우리의 모든 아침은
초인종을 누르며
새로이 찾아오는 고운 첫 손님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나팔꽃 같은 얼굴에도
사람의 무거운 책임을 지고
현관문을 나서는 아버지의 기침 소리에도
가족들의 신발을 가지런히 하는
어머니의 겸허한 이마에도
아침은 환히 빛나고 있습니다.

새 아침의 사람이 되기 위하여
밤새 괴로움의 눈물 흘렸던
기다림의 그 순간들도
축복해 주십시오, 주님.

'듣는 것은 씨 뿌리는 것
실청하는 것은 열매 맺는 것'이라는
성 아오스딩의 말씀을 기억하며
우리가 너무 많이 들어서
겉돌기만 했던 좋은 말들
이제는 삶 속에 뿌리 내리고 열매 맺는
은총의 한 해가 되게 하십시오.

사랑과 용서와 기도의 일을
조금씩 미루는 동안
세월은 저만치 비켜 가고
어느새 죽음이 성큼 다가옴을
항시 기억하게 하십시오.

게으름과 타성의 늪에 빠질 때마다
한없이 뜨겁고 순수했던
우리의 첫 열정을 새롭히며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하는 일
정을 나누는 일에도
정성이 부족하여
외로움의 병을 앓고 있는 우리

가까운 가족끼리도 낯설게 느껴질 만큼
바쁘게 쫓기며 살아가는 우리
잘못해서 부끄러운 일 많더라도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밝은 태양 속에 바로 설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길 위의 푸른 신호등처럼
희망이 우리를 손짓하고
성당의 종소리처럼
사랑이 우리를 재촉하는 새해 아침

아침의 사랑으로 먼 길을 가야 할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