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해 불러줄 노래가 있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가야 할 길이 많아서 철길은 꿈쩍도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철도노동자는 푸른 제복을 벗지 않고 있다
기다리는 기차는 오지 않았지만
대합실을 이대로 비워 둘 수는 없다
죽어도 누울 곳이 없는 껌팔이 소년과
귀싸대기 빨간 능금들을 좌판대 위에 두고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집이란, 돌아가 편히 쉬는 곳이 아니라
국물을 끓여먹고 등짝을 데우는 곳이 아니라
단지 떠나야 할 때 구두끈을 조여매는 곳
떠나지 않고는 돌아올 수 없으니
정작 돌아오려거든 늘 떠나야 한다
나 아닌 것들을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한번도 목숨 걸고 살아 본 적 없었다
다가오는 겨울의 발자국소리만큼 덜컹대는
유리창 앞에서 아아, 흔들리는 마음 앞에서
갈탄난로를 피우지 않았다고 투덜대는 것보다는
세상은 내 한 몸이라도 들이밀어 바람구멍을 막아야 하는 곳
너를 위해 버려도 좋은 내 몸뚱아리 식지 않았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내가 불러야 할 노래는 끝나지 않았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