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이다, 복사나무 마디를 뚝뚝 꺽는 소리, 인동덩굴 서로 껴안는 소리, 뿌리 아래 작은 벌레들이 더듬미를 세우는 소리, 날개를 손질하는소리, 굳은 어깨 관절이 풀리는 소리, 얼음이 종이짝처럼 바스러지는소리, 남천나무 열매가 얼음물에 녹아가는 소리,

화엄세계다, 쌓인눈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쑥내음, 눈매가 푸른 냉이내음, 지난 가을 떨어진 비자열매 들뜨는내음, 웅크린 바위 마저 코를 벌룸이며 들여마시는 자연의 술내음, 산도 나도 천지에 취해 기지개를 켜다가 팔자걸음을 걷다가

누군가, 봄밤에 깊이 숨어
당사주를 보는 자에게
낭랑하게 소리의 금강경을 읽어나간다
진달래꽃 복사꽃 잎안 가득 틀어넣고
반야심경을 외어 나간다.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