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 -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