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비집는 한 오리 바람을
가난한 가슴으로 맞으며 성숙한 계절의 체취를 느낀다

외로움은 깊어 불치의 병이 되고
그리움은 짙어 온 하늘을 가리고
기다림은 모질어 한 줄기 맑은 눈물이 되는 날

창가에 가지런한 어둠이 쌓이면
가냘픈 전화선에 기대어 정겨운 목소리를 밤 지새워 듣고 싶다
고운 미소짓는 자상한 얼굴을 마주한 채
깊은 가슴에 숨겨 온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한 사람으로 인하여 혼자인 그대에게
한 사람을 몹시도 그리워하는 그대에게
한 사람을 서럽도록 기다리는 그대에게
고운 숨결 다하도록 한 사람을 사모하는 당신에게

도리 없는 외로움을 이 모진 그리움을
길고 긴 기다림과 내 모든 진실을 깨뜨려
한 편의 시를 여기에 바친다

견딜 수없이 외로워도 지켜 정결하기를
쓰라린 그리움에 힘겨워하지 않기를
대답 없는 기다림에 쓰러지지 않기를

너의 맑은 두 눈망울 미움으로 흐려지지 않기를
너의 다스한 그 목소리 이별을 말하지 않기를
너의 붉은 그 두 입술 단 한번만 언약하기를

한 사람을 연모함에 있어 너의 애 타는 마음 변함 없기를
한 사람을 사랑함에 있어 너의 설레는 기쁨 다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