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긴 길을 바라본다
너 때문에
추운 마을 다리를 돌아오지 않았다면
나 때문에 더 뼈아픈 걸 받았으리
참으로 표시 없는 접경을 찾아가는지
다리 끝으로 길을 모으는 산수유.

나여서 상처였지 내가 아니라면
상처 아니었을, 그곳 구암마을에
네가 있으리
간다, 내 입을 막는
이렇게 운명이 예쁘지 않은 삼월 바람
하루는 너를 돌려세우고
하루는 나를 돌려세우는
네 아픈 못자국에 내 발목 길게 끌리는

내 몸에서 깜박깜박 네 몸이
다 멀어지느냐, 못 헤어지고도

못 만나는 사람을 낳아야 하는
간다는 일이여
혼자인 아침을 한없이 모면하지 못하는
옹졸한 일생의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