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고향의 상수리나무 뿌리는
언덕을 내려와 온 들판 밑을
끌어안고 있겠지
이 지구를 움켜쥐고 있겠지
나, 그 상수리나무 중간키에
첫사랑 이름 석 자 새겼으니
그 이름 물관부를 따라 흐르다
내게 다시 돌아오겠지

나는 잠 깨리라
상수리나무 열매 씹으며
텁텁한 향수, 첫사랑의 기억에 미소지으리
인공폭포 지나 가양동으로 오다가
나는 가끔 쓰러져
상수리나무 뿌리가 전해 주는
옛사랑의 노래를 듣네
그녀의 심장은 아직 따뜻하다
하얀 운동화끈도 순결하다
오뉴월 염천, 엄동설한에도 버티었겠지

그 옛날 내 사랑 이름 석 자 새겨놓은
깊은 뿌리 상수리나무
거기 중간키 아직 휘어져 있고
아직 멧새 둥지 틀어 주겠지
고향 뒷산의 중간키
뿌리 깊은 상수리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