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사내가 들어온다.

모자를 벗자 그의 남루한 외투처럼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카락이 드러난다.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넣고

그는 건장하고 탐욕스러운 두 손으로

우스꽝스럽게도 작은 컵을 움켜쥔다.

단 한 번이라도 저 커다란 손으로 그는

그럴듯한 상대의 목덜미를 쥐어본 적이 있었을까

사내는 말이 없다, 그는 함부로 자신의 시선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한 곳을 향해 그 어떤 체험들을 착취하고 있다.

숱한 사건들의 매듭을 풀기 위해, 얼마나 가혹한 많은 방문객들을

저 시선은 노려보았을까, 여러 차례 거듭되는

그 어떤 육체의 무질서도 단호히 거부하는 어깨

어찌보면 그 어떤 질투심에 스스로 감격하는 듯한 입술

그러나 누가 감히 저 사내의 책임을 뒤집어쓰랴

사내는 여전히 말이 없다, 비로소 생각났다는 듯이

그는 두툼한 외투속에서 무엇인가 끄집어낸다.

고독의 완강한 저항을 뿌리치며, 어떤 대결도 각오하겠다는 듯이

사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얼굴 위를 걸어 다니는 저 표정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넣고

사내는 그것으로 탁자 위를 파내기 시작한다.

건장한 덩치를 굽힌 채, 느릿느릿

그러나 허겁지겁, 스스로의 명령에 힘을 넣어가며


나는 인생을 증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