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은 오래간만에 애인 B양과 저녁식사를 함께 할 기회가 생겨서 매양 즐겁기만 했다. 푸짐하게 먹고 나서 돈을 치르려고 카운터 앞에 선 A군, 안주머니로 손을 집어 넣더니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옷을 갈아 입고 나오느라 지갑을 잊고 온 것이다.
이런 순간을 프랑스에서는 '라블레의 15분'이라고 한다. '라블레'는 '가르간튜어', '판타그튀엘' 등으로 유명한 16세가 프랑스의 작가.
그는 당시의 왕 '프랑소아' 1세의 명을 받들어 로마를 갔었는데 오는 길에 리용에 이르니 여비가 한 푼도 남지 않게 되었다. 신분을 밝히면 되었지만 그러기를 싫어한 '라블레'는 심사숙고 15분, 마침내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냈다.
그는 의사로 변장한 다음 그곳의 의사들을 모아놓고 의학강의를 한바탕 늘어놓았다. 시골 의사들이 탄복하여 듣고 있는데 난데없이 '라블레'는 약 한 봉지를 꺼내들더니 이태리에서 구해온 독약인데 이 약으로 국왕을 독살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놀란 의사들이 경찰에 알렸기 때문에 그는 즉시 체포되었다. 그것도 중대범인이라하여 소중히 다루었으며 빠리까지 편안히 호송되어 갔을 뿐 아니라 융숭한 대접까지 받았다.
'프랑소와' 1세는 중대 범인을 체포해 왔다는 말에 직접 대면을 했으나 변장을 지워버리고 제 모습으로 돌아온 '라블레'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크게 웃으며 그의 기지를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