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점점 추워집니다. 웬지 자동차 잡소리도 커지는 것 같고, 카센터 가서 한번 점검 받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을겁니다. 하지만 잘 모르고 가서 속을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지요. 다음의 내용은 수리비용을 줄여주는 직접적인 방법은 아니고요. 자동차 초보자들이 겪을 수 있는 상황에 관해 어떻게 하면 돈을 좀 아낄 수 있을지에 관한 약간의 어드바이스입니다. 차를 잘 아시는 분들은 읽으실 필요가 없겠습니다.


1. 좋은 카센터를 골라라.
좋은 카센터 찾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제가 아는 카센터 정비기사분도 ‘고객을 속이는 카센터들이 많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종로구의 어느 카센터에 앞쪽 브레이크 디스크를 물어주는 캘리퍼를 교환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가격이 너무 과하다 싶어 집 근처(도곡동)의 아는 카센터에 한번 전화해보니 이 카센터에서 부르는 값의 70% 밖에 안되더군요. 상황이 이렇습니다. 똑같이 자동차제조사의 정품을 갖다 쓰는데다 수리시간은 30분이면 끝나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최근의 카센터 동향은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는 양상입니다. 업체도 대형화되는 추세이고요. 따라서 잘만 찾아보면 집 근처에서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집 근처 또는 회사 근처라는 조건은 꽤 중요합니다. 가격만 따지자면 서울 장안평 같은 중고차업 밀집지역에 있는 수리업체들이 가장 쌉니다. 그렇다고 바쁜 시간 쪼개 항상 장안평까지 갈수는 없겠지요. 시간도 돈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제 경험상 약간 더 비싸더라도 집근처의 카센터 아저씨랑 잘 사귀어놓는 것이 가장 이익이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카센터의 조건은 이런 것들입니다. 좋은 카센터는 정비내역을 보여줍니다. ‘이런 것들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고쳐야 하는데, 필요한 부품의 가격은 이렇고 그에 대한 공임은 이렇다’라는 식으로 얘기해줍니다. 나쁜 카센터는 이런 것들을 일체 얘기하지 않고 물어봐도 얼버무립니다. 또 좋은 카센터는 정비환경이 깨끗합니다. 정비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지요. 정비도구들을 소중히 하는 기사라면 맡긴 자동차도 소중히 다룰 가능성이 높습니다. 좋은 카센터는 꼭 필요한 것만 교환합니다. 또 당장 시급한 것과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라도 갈아주면 좋은 것들을 구분해서 얘기해줍니다. 나쁜 카센터는 무조건 전체를 갈아야 한다고 우깁니다. 또 부품 하나만 갈면 되는데 뜯어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전체를 갈아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좋은 카센터는 고객이 잘 모르더라도 그런 상황을 설명해주고 고객이 선택하도록 합니다.


2. 고른 뒤엔 일단 믿어라.
참 뻔한 소리 한다고 하시겠지만 제 생각에 ‘믿음’이라는 부분은 자동차 수리를 맡기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차를 맡기는 카센터를 믿지 못한대서야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도 힘들겁니다. 당신의 직장상사가 당신을 보고 항상 ‘저 녀석은 못믿겠어, 저 녀석은 틀렸어’ 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면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제가 아는 응급실 간호사분은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응급실이란게 서로 바쁘고 위급한 상황에서 일하니까, 큰소리 날때가 많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환자에게 서비스하려 해도 어떤 환자나 보호자들은 아예 병원사람들을 처음부터 불신하는 경우가 있다. 조금이라도 서로에 대해 배려해주는 마음을 가져주면 더 열심히 할텐데”라고 푸념하더군요.
요즘에는 정비사들 학력이 전문대졸 이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처음부터 ‘이 사람들 사기꾼 아닐까’라는 느낌으로 대하면 아무것도 얻을게 없겠지요. 정비사들은 어찌보면 운전자들의 생명을 좌우하는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비가 잘못돼서 고속 주행 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를 상상해 보십시오.
또 차를 좀 안다고 생각하더라도 카센터 가서 ‘이거 갈아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이런게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이거 갈아야 할까요?’라고 말하는게 좋습니다. 단정적으로 말해버리면 정비사가 그것만 갈아주고 끝낼 수도 있고요. 실제로는 다른 원인이 있는데 못보고 지나칠 우려도 있습니다. 본인이 차에 대해 잘 안다고 해도 정비전문가가 보면 또 다릅니다. 일단 선택한 카센터라면 믿고 맡기는게 여러모로 낫습니다.
차에 관해 잘 모른다면 정비 장면을 지켜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정비사를 전문인으로서 존중해주면서 배운다는 자세로 물어보면 귀찮더라도 잘 대답해 줄겁니다.(좋은 정비사라면, 잘 몰라서 묻는 고객을 무안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단 정비작업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라면요. 여러분이 차를 처음 사서 폐차때까지 이렇게 직접 정비소에 직접 들락거리면서 정비사와 얘기를 나눈다면, 아마 두번째 구입한 차를 정비할 때는 한결 쉬워질겁니다. 차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거의 다 비슷하니까요.


3. 자가 정비의 경우 시간대비 효과를 감안하라.
북미의 경우에는 하드웨어 스토어에서 특정 자동차 모델마다 커다란 책 형태의 정비 가이드를 팝니다. 지금은 은퇴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의 경우 휴일마다 자신의 차고에서 볼보자동차(파월은 볼보 팬이라고 합니다) 고치는게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미국처럼 차고를 갖고 있는 이들도 많지 않고, 또 차고를 갖고 있는 분들은 자가 정비를 하지 않을 부자들인 경우가 많을 겁니다.
국내의 경우는 미국 등에 비해 공임이 상대적으로 쌉니다. 좋은 카센터에서 적정한 공임만 받는다면 자가 정비보다 카센터에 맡기는게 훨씬 나아보입니다. 정비에는 많은 지식과 숙련된 경험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정비 자체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공임이란 정비사가 차를 수리하는데 들이는 시간에 대한 보상인 셈이지요. 한국에서는 미국처럼 차고에서 스스로 고치는 것이 상황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카센터에 맡기는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엔진오일 교환 같은 것은 직접 해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폐유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물론 엔진룸의 일삼점검은 직접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직접램프나 점화플러그 정도는 직접 교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4. 부품 값과 공임을 비교하라.
수리하기전에 부품값을 알 수 있으면 대강의 견적이 나옵니다. 공임은 정비기사가 차를 고치는데 들이는 시간과 거의 비례합니다. 부품의 가격은 인터넷 검색창에서 조회해 볼 수도 있고요. 만족스러운 답이 안나올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장안평 부품 도매상에 직접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소모품 같은 것을 구입하러 한번 방문해본 뒤 명함을 받아오는 것도 좋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차라면 단종된 뒤 5~6년 이후까지도 거의 모든 부품을 구비하고 있고요. 많이 팔린 차라면 단종 후 10년이 넘어도 전화만 해보면 공장에서 갓 생산돼 나온 부품의 가격이 바로 나옵니다. 동네 카센터라면 카센터가 사오는 가격(카센터에서 전화걸면 좀있다 오토바이 탄 아저씨가 부품을 갖고 옵니다)이 장안평 도매상 가격보다 약간 더 비쌀 수도 있겠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거기에 적정한 공임을 더한 것이 수리비가 되는 것이지요. 말씀드렸듯이 공임은 정비사가 들이는 시간과 비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시면 정비종류에 따른 적정 공임 가격이 나와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카센터에 가서 다짜고짜 장안평 부품도매 가격을 내밀면서 왜이리 비싸냐고 말하는 것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일단 적정한 수리비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만 활용하시고요. 과도하다 싶을때만 넌지시 얘기해본다든지 아니면 카센터를 바꾼다든지 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리고 카센터에서 수리비를 부르기 전에 미리 ‘부품가가 얼마쯤 하는거 같은데’라고 넌지시 얘기하면서 전체 수리비가 얼마냐고 물어보면 카센터에서 섣불리 터무니 없는 값을 부르지는 못할 겁니다.


5. 신용카드, 휴대폰마일리지, 보험회사의 정비서비스를 활용하라.
신용카드나 휴대폰 마일리지 서비스, 자동차보험사 정비서비스 등을 잘 활용하면 돈이 많이 절약됩니다. 신용카드나 휴대폰 마일리지카드의 서비스 내역을 보면 특정 정비업체와 연계해서 엔진오일을 1만원(오일필터 에어크리너 포함해서 보통은 2~3만원)에 교환해준다든지 무료로 타이어 위치를 바꿔주고 워셔액을 무상으로 넣어준다든지 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충분히 활용하시는게 좋습니다. 또 자동차보험사에서 긴급출동 서비스 같은 경우는 1년에 몇 차례 한도 내에서 이동정비차를 무료로 부를 수 있습니다. 엔진의 시동이 안 걸릴때 사설 정비업소를 부르면, 와서 시동만 걸어주는데 아무리 못줘도 1만원은 내야 하는데요. 보험 서비스차를 부르면, 간단한 정비는 무료로 해주고 배터리를 교환해야 할 경우에도 배터리 값만 내면 됩니다. 또 보험회사의 무료견인 서비스도 유용합니다. 차가 갑자기 서버리더라도, 시내에서 카센터까지 이동하는 정도라면 전혀 돈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